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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밤의 다라니 폭풍-2
  정석주 2012-08-22   (1503번째 읽음)
나머지 한 시간은 석가모니불 정근으로 하였다. 작년에 초저녁 즈음에 난생 처음으로 여기서 해본 적이 있다. 이번에는 정수리에 느껴졌던 그 짜릿짜릿함 같은 현상은 생기기 않았다. 나는 절을 병행 함으로써 나름으로는 정신을 집중해 보려고 애를 썼다. 그 절로 이번 산행으로 생긴 무릎의 아픔도 치료해 보겠다는 의도도 있었다. 집에서 절을 한다면 45분 정도 걸려 108배 3회 정도를 한다. 오늘은 절의 속도를 줄였기 때문에 그 정도로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. 하지만 몸에서 나는 땀의 량으로 친다면 108배 3회 하는 정도였을 것 같다.

어쨌든 이렇게 하여 봉정암의 2차 철야 기도 세 시간은 막을 내렸다. 세 시에 끝이 나 좀 쉬다가 세 시 반부터 하는 새벽 예불에 참여 할 생각이었는데, 그 시간에 벌써 아내와 두 아이들이 일어나 법당으로 오고 있다. 그들이 나 보고는 이제 그만하고 좀 쉬라고 한다. 아침 먹고 나면 대청봉에 갔다 와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 간단히 찬물로 샤워를 하고 문수전으로 갔다. 세 시 사십 분 가량 되었는데 이미 다들 기상 시간의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. 그저 나는 잠시 벽에 기대어 눈을 붙여 보고자 했다.

봉정암은 이번이 세 번째로 작년에는 두 번 다 일요일에 올라 왔는데, 이번에는 작은 아이 휴가기간과 맞추다 보니 토요일이 되었다. 그래서 그런지 봉정암을 찾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. 오후 다섯 시가 좀 넘어 도착했는데, 온통 사람들로 바글바글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. 종무소에서 배정 받은 문수전 1층 6실로 가 나와 현호의 배낭을 두었다. 방 하나에 50명이 쓸 수 있게 방 바닥에 줄을 그어 놓았다. 입구에서 볼 때 1번부터 25번까지가 오른 쪽, 50번부터 26번까지가 왼 쪽이다. 한 칸의 폭은 50cm 정도, 길이는 1m가 좀 넘어 보였다. 앉아서 묵상겸 가면을 한다면 몰라도 발 뻗고 누워 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다. 어떤 사람이 들어와 둘러보더니 ‘1박에 50만원 하는 방인데, 좀 심하네’ 한다.

봉정암은 1,200미터가 높은 곳에 있으니 자가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해야 하고, 그에 필요한 연료나 신도용으로 제공하는 그 많은 식자재 등을 모두 헬기로 운반 해 오고 있다. 산정이라 식수도 넉넉할 수가 없고, 식사 혹은 세면 등으로 오수가 생기더라도 배출 시 설악산이라는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. 여기서 발생되는 쓰레기도 당연히 헬기로 치워야 한다. 이런 저런 사정들을 감안한다면 하루 밤 묵어야 할 방 크기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수가 없다. 더구나 숙박이 목적이 아니라 기도가 목적이다. 그래도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이 몸에서는 불평과 불만이 자꾸 고개를 내밀려고 한다.

여섯 시경에 식사를 하고 나니 저녁예불 시작한다는 방송이 나온다. 현호와 나는 사리탑으로 올라 갔는데, 이미 탑 앞의 자리는 꽉 차 빈틈이 없다. 탑 앞에 서서 3배만 하고 헬기 장 위쪽으로 올라가 주위를 구경하고 다시 탑 쪽으로 내려와 보니 두 모녀는 어느 샌가 탑 앞에 자리를 잡고 예배를 드리고 있다. 아내는 빈틈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빈틈을 넓혀 공간을 확보해 보자는 주의자이고, 나는 빈틈이 좀 보이더라도 그것은 너무 좁으니 어쩔 수 없다는 주의자다. 어느 주의자가 승리할 것인지는 오늘 여기서도 증명이 되고 있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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